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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나는 응급사직이라는 퇴사가 간호사 직업에서 처음 생겨나고 지금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왜 신규간호사들은 자꾸 정식 퇴사가 아닌 이런 응급사직을 할까? 도대체 언제부터 왜 생겨나게 된 걸까? 진짜 간호사회에서 이제는 없어져야 하는 문화고 현직 간호사들은 개선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기들의 응급사직을 지켜보고 간호사회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글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응급사직이란

    응급사직은 줄여서 응사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 퇴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무 얘기도 없이 그다음 날부터 잠적하는 것이다. 짐을 그대로 놔두고 도망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퇴사를 원하고 면담을 했지만 퇴사를 시켜주지 않아서 결국 응급사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직서를 쓰지 않고 출근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내 동기들도 응급사직을 했었다. 반대로 정식 퇴사과정은 수간호사와의 면담을 신청한다. 그리고 간호부장과 면담을 하고 퇴사가 결정이 난다. 퇴사를 하기로 결정이 되고 사직날짜를 잡는다.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두 달이 될 수도 있다. 사직 날짜가 다가오면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사직서를 출력해서 주신다. 사직서를 주는 이 날까지도 계속되는 권유가 있을 것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버텼다면 사직서를 제출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처리와 사학연금이 정리가 되고 완전한 퇴사가 이뤄진다. 

    나의 생각

    사실 나도 응급사직을 생각해 본 적은 많다. 절대 실수하지 말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고 선배간호사선생님들이 너무 무서웠다. 우리 신규간호사의 잘못이 아니어도 무조건 우리가 잘못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싫었다. 진짜 실수를 하게 되면 앞으로 나를 더 믿지 못할 것이고 분명히 나랑 일하는 날에는 싫은 티를 낼 것이다. 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나면 다음날 또 출근을 했다.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내 심장은 터질 것처럼 빠르고 세게 뛰었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았고 일은 바쁘고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몸무게는 두 달 만에 10kg이 빠졌다. 벨트 없이는 바지는 입지도 못했다. 55 size도 앉으면 숨쉬기가 힘들었는데 너무 헐렁해져서 44 size로 한벌 더 받았다. 그래도 바지가 살짝 커서 공간이 남았다. 후에 최고의 다이어트는 입사라고 추천하고 말하고 다녔다. 지옥 같은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갔고 벌써 2달 차가 되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5월이었는데 신규간호사는 내가 유일했다. 이미 3,4월에 입사한 사람은 다 퇴사를 했다는 걸 의미했다. 2주 뒤에 4명, 또 2주 뒤에 2명이 더 들어왔다. 신규가 많아지니 병동 분위기는 더욱 나빠져갔다. 한 명도 답답한데 그게 7명이나 더 있으니 말이다. 복잡하고 답답하고 선배간호사들의 짜증이 늘어갔다. 인사도 그냥 다 무시한다. 한 달이 지나고 동기 한 명이 갑자기 사라졌다. 집 비밀번호를 알아서 집에도 가봤는데 하루아침에 빈집이 되어있었다. 너무 놀래서 내가 하루 만에 다른 공간에 왔나 착각될 정도였다. 솔직히 신규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당장 말없이 출근을 안 해도 일이 지장이 가지는 않는다. 남은 동기들은 갑자기 겪으면 서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얼마나 힘든지 같이 일해본 입장으로서 이해 못 해줄 동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응급 사직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더 이상 했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퇴사면담을 했는데 퇴사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응급사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원하는데 까먹은 척 계속 잡아두는 것이야말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독립을 했는데 응급사직을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건 진짜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고 배려가 없다. 왜냐하면 쉬는 날인 간호사 중 한 명을 출근시키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이 더 바쁘게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에 근무표도 다 바뀌기 때문에 일정이 있던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면 퇴사면담을 하고 본인이 출근할 수 있는 날을 정해서 강력하게 말하기를 바란다. 그래도 안되면 응급사직을 한다. 당장 이번달까지만 하겠다고 얘기를 했으면 한다. 모든 신규선생님들을 응급사직까지 몰아넣는 상황이 없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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